dayz.org 다섯돌


공부를 빼고는 다 할만했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에 아무런 생각없이 질렀던 도메인 dayz.org가, 이번 목요일(8월 20일) 어느덧 다섯돌을 맞게 되었습니다. 사실 dayz.org라는 도메인을 한두해만 가지고 있다가 그냥 버리겠다고 생각했지만, 메일 계정을 연결하고, 블로그를 연결하고,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구상을 해보고 했더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더군요.

예전에 있던 tt.dayz.org라는 주소로 운영하던 블로그도 이런저런 연유로 다른 도메인으로 바꾸고는 했지만, dayz.org라는 도메인은 쉽게 버리지 못하겠네요.

그동안 Tattertools, Tistory를 거쳐 Textcube.com에 빌붙어 살고 있는 지금, 224개의 블로그 포스트와 500개의 댓글, 248건의 방명록과 31건의 트랙백을 가지고 있는, dayz.org의 주인입니다. 끈기없기로 알려진 제게도 이렇게 가느다란 끈질김을 갖게 해준 분들께 이렇게나마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안녕, 필름2.0


벌써 영화 전문 잡지인 <필름2.0>이 발행 중지된 지 7개월이 지났다. 매주 1,000원짜리 한 장으로 나의 영화 지식과 감성을 간지럽히던 잡지를 보지 못한 것도 그만큼 지났다. 대신 간간히 2,000원짜리 <무비위크>나 3,000원짜리 <씨네21>을 통해 영화 이야기들을 접하지만, 두 잡지 모두 <필름2.0>만큼 나를 간지럽게 해주지 못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주 <필름2.0>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지만 역시 돌아오는 것은 서버를 찾을 수 없다는 응답뿐이다. 아무리 내가 소리를 쳐도 그 소리는 어디론가 흡수되어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1,000원에서 2,000원이나 3,000원으로 올라도 좋으니 <필름2.0>이 어서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만 한 것이 아니었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스팸 및 홍보글들에 눈을 찌푸리는 일도 나만 한 것이 아니었고, 이런 지경까지 오는동안 그 이면의 모습들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일도 나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필름2.0>은 돌아오지 못했다.

<필름2.0>의 발행 중단 3개월 후, 영화 잡지인 <프리미어>도 갑작스럽게 발행 중단 선언을 해버렸다. <필름2.0>처럼 생산이 어려워져서 중단을 한 게 아니라 아쉬움보다는 약간의 분노감이 들었다.

이제 영화와 관련된 잡지라고는 주간지인 <씨네21>, <무비위크>, 그리고 월간지인 <스크린>, 이렇게 3가지 뿐이다. 3천원, 2천원, 6천원이라는 가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필름2.0>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씨네21>의 경우 올 초부터 인쇄 사이즈를 축소하였고, <무비위크>는 한껏 더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것들을 지켜내자니 자꾸만 손이 가지 않고, 옛것을 그리워하자니 그들은 너무 먼길을 가버려 돌아오지 않는다. 안녕, <필름2.0>. 당신이 가버린만큼, 언젠가는 당신의 자리를 채울 다른 영화 잡지가 생겨날 거라고 믿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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