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간의 유입로그로 블로그 돌아보기

거의 몇 개월 이상을 버려놨던 블로그에 참 오랜만에 접속해서 유입 로그를 살펴봤더니, 왠지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글이 떠올랐다. 바로 1주일간의 유입 로그로 내가 쓴 글들을 되돌아보는 시간.

우선 이번 주의 유입 로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필름스캔'에 관련된 내용이다. 내 블로그 안의 포스트 중 '필름스캔'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필름 스캔 이야기, 필름스캔, 20071208, film scan, 이렇게 세 가지의 포스트가 나온다. 이렇게 '필름스캔'에 대한 검색이 많은 건 이미 '필름 스캔 이야기'라는 제목의 포스트에서 설명을 했으니 생략. 하지만, 조만간 괜찮은 사진관을 더 찾아서 스캔 의뢰를 해보고 그 결과물을 받아서 새로운 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키워드는 'malloc'이 되겠다. 이 키워드에 대해 글을 쓴 건 벌써 3년 전의 일. p = (int *) malloc(0)을 한다면? 이라는 제목으로 심심해서 malloc(0)를 선언했던 일에 대해 적었는데, 생각보다 이 부분에 대해 검색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정말 부족한 지식으로 글을 작성한데다 나 자신도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을 검색해본 사람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세번째 키워드는 '만 18세이상 검정고시 영화'. 작년에 <쌍화점> 등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 때문에 또다시 고생했던 것들을 생각해서 올해 초, 영비법, '청소년관람불가' 그리고 자퇴생이라는 포스트를 작성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검색이 있었다. 이 포스트에 대한 뒷이야기를 잠깐 이야기하자면, 포스트를 작성한 후 영화진흥위원회 측으로부터 '현재 고등학교 재학생임을 증명하거나 고등학교 졸업생과 동등한 지위를 증명하는 방식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관 운영 측에서 확실하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시면 족할 것으로 판단됩니다.'라는 해석을 답변으로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쉽사리 포스트를 남길 수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내용에 관계된 기관이 영화진흥위원회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내가 덜 게을러졌을 때 혹은 내가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될 때쯤 완벽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위의 세 가지 키워드 외에도 '일촌끊기'나 '눈먼자들의도시', '커넥트'라는 키워드도 있는데, 일촌끊기.라는 글은 4년 전에 그 당시의 여자친구와의 이별 이후 충격 때문에 저지른 일에 대한 글이었고, 사실 별다른 내용이 없는 포스트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싸이월드라는 서비스가 예전보다 더 크게 되고 그만큼 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촌을 끊는 문제를 고민하는 소심한 네티즌들이 많아졌나보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일촌을 끊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최근에 과거 포스트들을 많이 정리한 터라 아무래도 그렇게 재미있는 검색어는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내가 쓴 글들을 돌아보고 부끄러워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어느 덧 포스트의 갯수와 글 작성 능력이 0으로 수렴해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심심풀이로나마 블로그를 운영할 생각이다.

돈 모으기


훈련소에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과외에 목을 메고 할 정도로 누구를 가르치기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집에서 손을 벌려 용돈을 구걸하기에도 나이가 조금 민망한, 참으로 애매한 시기였다. 그 4개월동안의 근무 기간동안, 물론 스케쥴 때문에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거의 70만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 돈도 훈련소를 다녀온 이후, 그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의 헤어짐 이후 찾아온 공백과 충격으로 인하여 결국 흥청망청 써버리게 되었다.

2007년 가을부터 시작된 공익근무요원 복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입장이라 한 달에 받는 20만원 가량의 돈은 참으로 부족했다. 휴대전화 요금과 식비,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다보면 훌쩍 10만원에 달하는 적자가 생기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몰래 엄마에게 다가가 돈을 구걸하기도 했다. 나이 스물셋에 집에서 돈을 타서 쓴다는 게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대로 살다가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되겠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의지박약의 나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적금 통장 만들기.

처음에 적금 통장을 만들 당시에 '눈 딱 감고 한 달에 10만원 씩만이라도 저축해두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고, 그게 벌써 12개월 중 5개월을 지났다. 저축을 시작한 달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목표액의 2배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난 달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생기기 시작하여 겨우 5만원씩만 넣게 되었다. 5회차까지 현재 입금액은 50만원, 겨우겨우 목표치는 해내고 있는 수준이다.

사실 사고 싶은 것도 많이 있고, 그래서 중간에 해지를 해버릴까 하는 유혹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독하게 살지 않으면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자, 참 세상이 모질구나 싶기도 하다. 돈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만이 가득한 그런 세상.

앞으로 7개월만 더 부으면 1년이 다 차는데, 이제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도 좀 해봐야지. 어쩌면 행복할지도, 혹은 절망적일지도 모르는 이 생각을 나는 오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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