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영화' 16건
- 2009.01.30 | 술술술~영화 <낮술> 시사회 후기 1
- 2009.01.20 | 뒤늦게 올리는, 영화 <버터플라이(Le Papillon)> 시사회 후기
- 2008.11.21 |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2008) 1
- 2008.11.12 | <달콤한 거짓말> 시사회 후기 5
- 2008.11.07 | 혼자 시사회 가기: <커넥트> 시사회 후기 2
뒤늦게 올리는, 영화 <버터플라이(Le Papillon)> 시사회 후기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영화 시사회에 간다고 이야기하면 '또 가?', '어떻게 하면 그런 시사회에 잘 가는 거야?'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시사회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나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내가 그만큼 여기저기에 신청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웃음)
사실 2009년에는 작년과 같은 시사회 당첨운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작년 한 해동안 열심히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얻어본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필름2.0'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았다. 2009년의 첫 시사회는 스폰지하우스 중앙에서 열린, 프랑스 영화 <버터플라이(Le Papillon)>였다.
영화 <버터플라이(Le Papillon)> 시사회.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밤 8시 40분. 스폰지하우스 중앙, 2관 상층 H열.
영화의 줄거리)
영화는 한 가족ㅡ가족이라고 해도, 엄마와 딸, 딱 두 명이 가족이 전부다ㅡ의 이사로 시작된다. 일과 연애로 아이에게 정신없는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8살 엘자는 우연히 아래 층에 사는 나비수집가 줄리앙의 집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엘자는 아름다운 나비 정원에 푹 빠지고 만다.
독거 노인이자 나비수집가인 줄리앙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가장 값나가는 나비 표본을 내놓으면서까지 수소문하여 멸종 위기의 나비 "이자벨"을 포획하러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줄리앙의 여행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그것은 바로, 발칙하게도 줄리앙의 자동차에 몰래 숨어탄 엘자. 경찰서를 통해 엘자를 집으로 보내려던 줄리앙은 결국 엘자와 타협ㅡ사실 어린 아이와의 여정을 타협이라고 말하기엔 우습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ㅡ하여 그의 여행에 동행시키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엘자의 엄마는, 엘자의 전화 통화 이후 엘자가 유괴되었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결국 줄리앙은 수배범이 되어버리고 만다.
감상 포인트)
스토리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아무래도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그 영화의 포인트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첫번째 포인트는 엘자와 줄리앙, 두 사람이다. 8살 꼬마 엘자와 두 세대는 넘게 차이나는 줄리앙이지만, 정말 어린 아이들마냥ㅡ사실 엘자는 어린 아이라지만ㅡ 잘도 티격태격 싸운다. 맹랑하게 옆에서 떠드는 소녀와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는 할아버지. 손녀와 할아버지의 관계가 아님에도, 그 둘은 정말로 죽이 잘 맞는다. 어쩌면 '늙으면 어린 아이가 된다.'라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그 둘이 나누는 대화는 감상 포인트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두번째 포인트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경관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아름답다고 평하는 우리 나라이지만, 그래도 프랑스, 그것도 영화에 나온 남부 프랑스의 경관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런 경관을 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에 대해 상상해보기도 했다.
세번째 포인트는 엔딩 크레딧. 엘자와 줄리앙,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영화에서 아웅다웅 다투면서 정이 들어가는 아이와 할아버지의 모습과 함께, 손녀와 할아버지가 함께 부르는 노래처럼 들렸다. 화장실이 급하더라도,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는 게 싫어서 일찍 나오고 싶더라도, 조금만 참고 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나지 말 것!
오랜만에 귀엽고 따뜻하고 포근한 영화를 보고 나왔다. 이 영화가 왜 이제서야 우리 나라에 개봉하게 된 걸까 싶을 정도였다. 자칫 잘못하면 뻔하고 지루할 법한 스토리를, 캐릭터만으로 극복해낸 것 같은 영화.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다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영화. 주관적이고 성의없는 나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2008)
2008년 11월 20일(목) 22:20 / MMC 부천 8관 / 영화 정보
이미 본 영화에 대해 리뷰ㅡ사실 리뷰라고 말하기엔 너무 부끄럽다ㅡ를 작성하려고 하더라도, 영화 내용 이외의 다른 것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흔히 알고 있는 네이년ㅡ네이버 그리고 (주)NHN에는 미안하다, 하지만 이 표현이 더 정감있다ㅡ에 '눈먼자들의도시 리뷰'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 결과로 나온 미리 보기 페이지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결과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는데, 경향신문에서 작성한 영화 리뷰의 한 구절이었다.
기자는 내가,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느꼈을 것들을 참 간단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대신 표현해주었다. 영화,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충격은 조금 덜 했지만, 상영시간 내내 느껴졌던 불편함, 그리고 견디기 힘듦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그래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영화에 대해 되새김질을 해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속에서 전염되는 바이러스ㅡ영화 속에서도 그 원인은 밝힐 수 없었고, 밝히지도 않는다ㅡ가 현실에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영화가 진행되는동안 시도때도없이 계속되는 희멀건 영상ㅡ마치 영상을 보고 있는 내가 영화 속에 들어가있는 느낌이 든다ㅡ 때문일 수도 있고, 수용소 속에 격리되어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잃어버리는 '눈먼 자들'이 어쩌면 현실 속의 인간들과 오버랩되어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눈먼 자들이 모두 격리된 수용소에서 보급 식량 때문에, 수용소 안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귀중품들을 모으는 것도 모자라, 여성의 성을 모아서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먼저 눈이 멀어버린 일본인,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계속 절망에 빠진 그의 아내는 이 상황에서 갈등한다. 남편은 아내가 성을 바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며 극구 반대하지만, 절망에 빠져있던 아내는 같이 가겠다고 말한다. '당신이 그럴 순 없어'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남편을 향해 당신은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말을 남기는 아내.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지난 것들을 추억하려는 남편에게 '눈이 멀어버렸는데 그런 기억이 무슨 소용 있겠어'라는 절망적인 대답을 하는 그녀는 어쩌면 영화 속에서 눈이 멀어버린 자들의 모든 것을 전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언제나 상대적이고 나뉠 수밖에 없는 것이라지만, 영화를 본 나로서는 영화로 인해 생각을 만들 수 있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여운을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좋은 평가를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왠지 이상한 느낌을 받아 집에 오는 내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는데, 여러 영상들이 하나에 섞였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순한 대답이 나왔다. 영화 <향수>의 절망 같은 희망과 <해프닝>의 뜬금없음, 그리고 <나는 전설이다>의 황량함. 언제나 그랬듯 평점을 내리자면 5.0점 만점에 4.1점.
하지만, 영화를 본 지 12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그 의문은 영화에 나오는 나레이션이기도 하다.
<달콤한 거짓말> 시사회 후기
그 뒤로 영화 시사회와는 한동안 인연이 없을 것만 같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에는 싸이월드에서 응모했던 영화 시사회에 당첨되었다. 다행히 이번 시사회 당첨자 발표는 시사회 나흘 전인 지난 금요일에 올라와서, 여유롭게 같이 갈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혼자 시사회 가기: <커넥트> 시사회 후기
영화는 상당한 속도감이 있었다.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스릴러영화답게 코믹한 장면은 없었지만, 한두 장면에서는 좌중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한국 언론들도 새로운 스타일의 홍콩영화라는 측면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FILM2.0 408호 23쪽, 김도형 기자의 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