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일 년이 넘도록 공부라는 것에 정을 붙이지 않다가, 도저히 이렇게 펑펑 놀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휴학하고 단 한번도 들여보지 않았던 독일어 교재를 꺼내들었다. 2학년 1학기 때 교양으로 들었던 과목이니까, 벌써 2년 전에 했던 과목이네. 이제는 발음마저도 가물가물해진 단어들을 보면서,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세월을 후회해보았다.

독일어는 참으로 어려운 언어다. 아니, 독일어를 공부하라고 만들어놓은 책들은 하나같이 문법에 대해 어렵게 설명해놓았다. 아무리 난독증을 지니고 있는 나라고 하더라도, 정말 바른 언어로 설명해두었다면 한두번만에 다 이해할 수 있을텐데, 이건 도대체 어떤 언어로 서술해놓은 건지 헷갈릴 뿐이다. 차라리 교양 수업 때 열심히 들어둘걸. 후회가 하나 더 늘었다.

사실 독일어보다는 영어와 일본어를 먼저 붙잡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독일어가 자꾸만 끌린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2외국어 중에 독일어가 빠지는 바람에 배우지 못했던 것이 한이 된 것일까.

틈틈이 교재를 들여다보고 나름대로의 단어장을 만들면서, 벌써 교재는 3강까지 복습을 끝냈고, 단어장은 문법까지 적어가며 세 장째를 넘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외국어 공부를 하려니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이제는 교재와 사전, 단어장을 들춰보는 게 금방 익숙해졌다.

부디 이 공부가 어영부영 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끝까지 물어늘어지는 성격이 아닌지라, 사실 조금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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