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 프루프(Death Proof, 2007)>


영화계는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작년 여름에 살던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그의 실력은 이미 많은 영화들을 통해 증명해보였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 그의 작품 <데쓰 프루프(Death Proof, 2007)>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나는, 기필코 보겠노라, 다짐했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개봉하기 2주 전에 훈련소에 들어가는 바람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


훈련소에서 나와 이 영화가 어떻게 되었는지 수소문해보았지만, ‘스폰지하우스’에서 개봉한 지 1개월이 훨씬 지났음에도 계속 상영한다는 것 이외에 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는 관객 동원에 성공하지 못했으리라.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작심하고 만들었다는 B급 영화. 글쎄, 그러면 그의 다른 영화들은 A급이었을까? 뭐, 그 물음에 대해서는 “No!”라고 딱 잘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럼, 과연 ‘A급 영화’는 무슨 의미일까? 이 물음은 감독 본인 혹은 영화 평론가들이나 해답을 알겠지. 난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니니까 패스.


영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가볍게 노코멘트. 이미 다른 리뷰들을 본, 혹은 영화를 직접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겠지. 가장 흥미진진했던 장면을 꼽으라면,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이 한밤중의 텍사스에서 예쁜 언니들이 탄 차와 정면충돌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차가 충돌하는 장면과 함께 보여지는 여배우들의 클로즈업된 얼굴들, 그리고 그 충돌의 결과물. 구차하고도 방금 전에 본 내용이라 하품도 하고 싶지만, 이런 식의 전개는 과연 어느 영화에서 볼 수 있을까.


아, 곁들여 이야기하자면, 중간 부분에서는 영화 의 교회에서 처참한 현장을 지켜보는 ‘얼 맥그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 그 ‘아버지’와 ‘아들’을 다시 본 게 반가웠다고 말하는 건 나밖에 없는걸까.


조금은 의외인 반전과 자동차 추격신, 그리고 관객으로서 ‘스턴트맨 마이크’를 지켜볼 때의 긴장감. 영화 에서 건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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